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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22호] 서평 - <장공 김재준 선생님의 삶과 신학> / 최현태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1 12:29
조회
772

[제22호] 서평

네가 근본주의냐? 자유주의냐?
기어코 무슨 “주의”냐고 한다면

“살아계신 그리스도주의”라고나 할까?

최현태
(한신대 신학대학원 원우회장)


푯대를 잃어버린 시대와 우리의 신앙유산

우리가 경험하고 살아내는 지금 이 땅 한반도는 모든 영역에서 좌파, 우파, 일베, 아니면 진보주의와 보수주의 또는 자유주의와 근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제각각 목소리를 내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헝클어져 있다. 아니, 어쩌면 역사의 당연한 과정이고 이치일지도 모르겠으나 그 시행착오가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다. 나 또한 스스로가 그 어떤 쪽으로 치우쳐 있을 것이며, 교회 또한 세계의 역사와 함께 이어져 왔으니 복잡한 건 당연지사일 것이다. 내가 복잡하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회적 구조뿐만 아니라 인간 생활의 토대가 되는 정신세계까지도 포함한다. 복잡하지 않은 피조 세계가 없겠지만, 특히나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살아가면서 피로감에 휩싸인 이 땅의 현실을 에둘러 말하고 싶은 것이다. 허리가 잘린 남과 북도 그러하고, 현실정치도 그러하고, 사람 사는 일이 그렇다. 또한 신앙과 교회, 그리고 종교가 그렇다. 그 어떤, 아니면 그 무엇이 인간의 얕은 곳을 뚫고 침투해서 선함과 마성을 작동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 시대와 역사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고 흘러간다는 것이 참으로 버겁고 무겁다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넋두리는 아닐 듯 싶다.

나를 포함한, 작은 바람에도 휘청거리며 푯대를 잃어버리는 연약한 이 시대의 이상과 꿈들이 아프고 슬프기만 하다. 그런 면에서 장공 김재준 선생님을 기억하는 작업은 우리 삶의 방향과 중심을 잡아주는 갱신으로서의 신앙 유산임이 분명하다.

내면을 요동치게 하는 책

지난해 가을이 무르익던 11월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이라는 육중한 책 한권을 받았지만, 게으름으로 인해 미루어 두었다가 최근 숙제를 받고 나서야 어렵사리 깊은 사유의 세계로 침잠해 들어갔다. 늦깎이 신학도로 이런저런 신학적 담론들과 이론들을 어렴풋이나마 접하고는 있지만, 한신과 기장의 뿌리와 정체성에 대해서는 소홀했었다. 선생님의 평전과 논문집, 그리고 어록을 간간히 접하였지만, 선생님의 삶과 신학의 지평을 올곧이 부여잡고 몸부림치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마침 그 넓고 깊은 삶과 신학의 지평을, 한 권의 책으로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1부는 누가 봐도 한신 역사, 기장 역사의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연규홍 교수님이 사진과 여러 자료들을 풍부하게 인용하면서 공을 들여 쓰신 장공의 일대기였는데, 한편으로는 할머니에게서 듣는 옛날 이야기처럼 호기심 속에 고소하고 재밌게 읽어내려 갈 수 있는 내용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예수를 만난 한 인간이 평생을 시대를 마주하며 신학자와 목사로, 선생으로 치열하게 살았던, ‘신앙을 가지고’, 또는 ‘신학을 공부하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고뇌와 진지함의 육중함이 담긴 글이었다. 2부는 장공 생전에 쓰셨던 글들을 모았던 18권의 전집에서 장공 신학의 핵심이 들어있는 글들을 뽑아낸 것이었는데, 신학자의 글이지만 ‘주의’를 위한 ‘주의’, ‘사상’의 이론들이 아니라, 삶으로 신학을 하셨던 분이셔서 그런지, 신학을 하지 않은 평신도라도 충분히 이해하고 알아들을 수 있는 글들이었고, 그러면서도 지금 시대에 읽어도 결코 낡지 않은, 지금의 우리의 삶과 신앙의 고민들과 목마름을 해결해 줄 생수와도 같은 글들이었다. 900쪽에 가까운 책이었지만, 읽는 내내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가 요동치고 있는 것을 느꼈다.

살아계신 그리스도주의자”, 그 분의 삶 따라읽기, 따라살기

김재준 선생님을 포함한 수많은 믿음의 선조들과 스승들을 우리는 기억해야만 한다. 그 숭고한 신앙의 유산이 우리를 통해 재창조되고 헛되지 않도록 꺼져가는 불씨를 살려야 한다. 그 대안을 지금 준비하지 않고 무심히 회피하거나 유익한 것만을 좇아서 살아간다면 작게나마 남아 있는 그 신앙의 여지와 불씨는 이내 소멸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기독교가 위기이며, 교회가 위기라고 모두들 푸념하거나 자책하고 있다. 그리고 그 문제를 누구의 탓으로만 돌리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 안에 심각한 장애물은 무엇인가?

오늘 [장공 김재준 선생님의 삶과 신학]을 통해 그 문제의 풀이를 시작해보면 어떨까 한다.

복잡아리송하고 피로가 누적된 시대, 방향타가 고장 나 인생과 신앙이 기울어질 것 같은 이 시대에 진보주의나 보수주의, 혹은 자유주의나 근본주의라는 자기 신념과 확립의 복잡성에 직면하였을 때, 그리고 누군가 우리의 정체성을 기어코 추궁해서 질문한다면 김재준 선생님의 내면 깊숙한 고백처럼 “‘살아계신 그리스도’주의자”로 응답하면 어떨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간결하고 묵직한 신앙의 삶과 발자취를 기억하고 살아내면 또 어떨까 내심 희망해 본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2호] 2015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