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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25호] 시 - 김재준 / 고은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1 16:25
조회
580
[제25호] 시

김재준

고은

바짝 마른 은행 열매인가 아니 백년 전 어느 선승의 사리인가
도무지 깨뜨릴 수 없고 
불태울 수 없다

나지막한 키 자그마한 몸
어디 두려운 데 없이
인자하기만 하여

두려움이 인자함보다 훨씬 아래였다

단 한번도 큰소리라고는 낼 수 없는 조용조용한 북관 말씨

그럼에도 수많은 이의 스승 정의보다
자유를 더 높이 섬기던 스승

북간도에서 서울에서 캐나다 토론토에서 미국에서
어디에서
그의 말은 늘 공관복음이었고
공관복음 다음의 사도행전

아니 다윗성서 그리스성서로 변하기 전의 
이야기 이야기의 히브리 성서였다
겨울 북관의 한밤중 군불 땐 온돌 식어가며 암탉 꿈꾸며 


☞ 출처- 고은의 시집 <만인보 11권> 232-233쪽(창작과 비평사)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5호] 2015년 12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