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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26호] 시 - 봄 / 서재경 목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1 18:14
조회
1073

[제26호] 시

서재경
(한민교회, 본회 편집위원)

봄은 거저 오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설 ‘立’에 봄 ‘春’
일어서는 것이다 봄은
사방에서 일어서는 것이다
모두 함께 일어서는 것이다

어느새 버들강아지는
단단한 껍질을 밀치고
온몸을 부풀리며 일어서고
산골짜기 여울물은
차가운 얼음장에 부딪쳐
부르르 몸서리치며 일어선다

밭 설거지하는 영감님 텃밭
겨울 찌꺼기 밑에서는
냉이 씀바귀 꽃다지들이
오래 참았던 기지개를 펴며 일어서고
바듯한 보도블록 틈새에서
수줍은 제비꽃은 배시시
해맑은 보랏빛 웃음으로 일어선다

깨어나지 않고 볼 수 있는 봄은 없느니
일어서지 않고 맞을 수 있는 봄은 없느니

신풍루 앞마당
늙은 느티나무 아득한 끝자락
총총한 나뭇가지들이
발그레 상기한 아가 살빛으로
아릿아릿 일어서면
더덕더덕 두꺼운 껍질에 갇혀
치매처럼 무디어진 곰삭은 내 슬픔도
파릇한 새순 같은 설렘으로
다시 자릿자릿 일어선다

봄은 거져오는 줄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봄은
일어서는 것이다 봄은 사방에서 한꺼번에
일어서는 것이다 모두 다 함께 손잡고
일으키는 것이다
일어서라 봄! 일으켜라 봄!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6호] 2016년 3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