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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27호] 권두언 - 장공일기 / 육순종 목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1 18:58
조회
856

[제27호] 권두언

장공일기

육순종 목사
(성북교회, 장공기념사업회 출판위원장)

선지자와 선견자가 없는 세상은 통찰과 혜안이 없는 세상

많은 사람들이 ‘기장의 위기’와 ‘한신의 위기’를 말한다. 무엇이 위기인가? 여기에는 많은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기장과 한신이 가진 사회적 영향력의 감소, 교세의 감소, 신학교육의 질적 저하, 난마처럼 얽힌 한신대학교 문제, 리더십의 진공상태, 창조적 목회의 부재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우리가 ‘한국교회의 위기’라는 말을 넘어서 ‘기장의 위기’를 말하게 되는 것은, 그 동안 한국사회와 한국기독교 안에서 ‘기장교회’가 가진 위치와 위상 때문이다. 기장은 스스로를 ‘역사의 향도’라 지칭했고, 다른 이들의 시선으로도 기장은 언제나 선구자적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기장의 위기’라는 말은 그동안 기장교회가 한국교회 안에서 가졌던 향도와 선구자적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는 말이며 그것은 곧 한국교회 불행이기도 하다. 1953년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출애굽의 역사를 시작한 이래 기장은 개혁의 아이콘이었고, 세속적 가치와 세속권력에 무릎 꿇은 한국교회 일반과 뚜렷이 대비되는 ‘예언자적 영성’의 아이콘이었다. 예언자가 없는 사회는 불행하다. 예언자는 선지자(先知者)이며 선견자(先見者)이다. 선지자(先知者)는 말 그대로 먼저 깨닫는 사람이고, 선견자(先見者)는 말 그대로 먼저 보는 사람이다. 선지자와 선견자가 없는 세상은 통찰과 혜안이 없는 세상이다. 그러한 사회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러므로 기장의 위기는 기장의 위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제38회 호헌총회 선언서의 정신

기장의 위기는 결국은 ‘기장정신’의 위기다. 기장이 그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기장정신’은 무엇인가? 우선 1953년 6월 10일 발표된 제38회 호헌총회 선언서에 드러난 정신이 있다.

“1. 우리는 온갖 형태의 바리새주의를 배격하고 오직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복음의 자유를 확인한다. 2. 우리는 전 세계 장로교회의 테두리 안에서 건전한 교리를 수립함과 동시에 신앙 양심의 자유를 확보한다. 3. 우리는 노예적인 의존사상을 배격하고 자립자조의 정신을 함양한다. 4. 그러나 우리는 편협한 고립주의를 경계하고 전 세계 성도들과 협력, 병진하려는 세계교회 정신에 철저하려 한다.”

이 선언서에는 율법주의와 교리주의, 교권주의, 즉 세속화된 복음에 저항하고 참된 복음의 자유를 찾고자 하는 우리의 결의가 담겨져 있다. ‘기장정신’이다. 그리고 이런 맥락에서 진행된 에큐메니칼 운동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신학, 역사참여 전통, 예언자 전통 등을 ‘기장 정신’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기장정신’의 뿌리와 배후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것이 ‘장공정신’이다. 장공은 우리 교단의 통찰과 각성의 자양분을 제공해 준 신학적 태두이며 원형이다. 그러므로 기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기장정신’을 회복하는 것이고, ‘장공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또한 ‘기장정신’과 ‘장공정신’의 회복은 ‘한국교회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며, 나아가 한국사회 전반에 새로운 바람이 이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근현대사의 귀중한 자료 ‘장공일기’ 출판을 결정하다

우리 시대의 안타까움은 수많은 개혁의 화두 속에서 자기성찰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뿌리는 살피지 않고 가지와 잎만 살피는 경향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위기의 시대에 더욱 자신의 뿌리를 돌아보고자 한다. 우리가 누구인지를 묻고자 하는 것이다. 하여 장공기념사업회는 연전에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을 출간함으로 장공의 생애와 사상을 심도 있게 압축하여 출판한 적이 있다. 소중한 열 매였다. 그러나 얼마 전 장공의 삶과 신학의 보다 내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되었다. 그것은 유족(삼남 김관용 장로)의 조심스러운 증언에 의한 것이었다. 1935년부터 1986년까지의 ‘장공의 일기’(총 25권)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온 것이다. 장공기념사업회는 곧바로 이 중 일제강점기의 기록을 포함한 초기의 일기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한 결과, ‘장공의 일기’가 그동안 우리가 알지 못하던 장공의 생각과 삶의 결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라는 판단을 내렸다. 여기에는 장공의 인간적인 면은 물론, 장공의 인간관계, 조선신학원 설립과정의 이야기, 일본에 대한 장공의 생각 등 매우 소중한 증언들이 담겨 있다. 교단과 학교는 물론 한국근대사 연구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귀중한 자료이다. 묻혀있을 자료가 아닌 것이다. 하여 장공기념사업회는 한국 기독교역사연구소와 협력하여 ‘장공일기’를 출판하기로 결정하였다. 장공일기는 총 3권으로 출판할 예정이다. 제1권은 일제강점기의 일기를, 제2권은 1950-60년대의 일기를, 제3권 은 1970-80년대의 일기를 담게된다. 일기를 스캔하고, 독해하는 일이 포함되기 때문에 3권 전체를 편집하고 출판하는 데는 2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1권을 2017년 1월 출판할 예정이며 2, 3권은 2018년 1월에 출판할 예정이다. 그리고 장공일기의 출판을 위해 간행위원을 모시기로 하였다. 간행위원은 ‘장공일기’ 출판의 뜻에 마음을 보태주시는 분들로 구성된다. 이에 대한 별도의 안내를 이번 회보에서 드린다.

다시 장공을 말하다

우리 시대의 위기는 우리가 무엇을 잃어버렸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우리 시대의 위기는 우리 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 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오늘 우리의 위기는 정신을 잃어버린 데에 있다. ‘기장정신’을, ‘장공정신’을 잃어버린 데 있다. 그러므로 다시 장공을 말하고자 한다. 다시 장공을 기억하고자 한다. 거기에서 우리의 길을 찾고, 거기에서 우리의 답을 구하고자 한다. 장공일기의 출간이 이 일의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이 일에 우리 모두 기쁨 으로 응답하게 되기를 소망한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7호] 2016년 6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