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강북구 인수봉로 159
02-2125-0162
changgong@hs.ac.kr

長空 회보

[회보 제28호] 장공생활신앙 깊이읽기 - 머리말 / 김경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3 08:55
조회
978

[제28호] 

장공생활신앙 깊이읽기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본회 이사장)

머리말

장공의 글을 읽으면 정신이 맑아지고, 복잡하다고 생각하던 문제가 단순해지며, 그리고 현실과 너무 많이 타협하고 살면서 속물이 되어가는 자신의 신앙을 성찰하게 된다. 장공신학 특징을 드러내는 여러 가지 어휘들 중에 ‘생활신앙’에 주목하였다. 장공에게서 ‘생활신앙’ 또는 ‘생활신학’은 유교전통에서 실학(實學)처럼 그의 기독교적 실학정신의 표출이었다.

『장공의 생활신앙 깊이 읽기』라는 제목을 붙여 장공신학 사상과 그의 기독교영성의 입문서로서 이 작은 책을 세상에 내놓는다. ‘생활신앙’이라는 그 어휘의 의미는 본론에서 살펴보겠지만 어려운 말은 아니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위기본질을 ‘생활과 신앙의 분리’에 있으며, 그 분리의 원인은 기독교신앙을 오해하는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장공 김재준 목사(1901-1987)는 한국 개신교역사에서 진보적 신학교육자요, 역사참여의 신학자로서 알려져 있다. 구체적으로 장공은 한국 개신교 신학사에서 성서비평학을 공식적으로 장로교 신학의 강의실에서 가르친 책임 때문에 1952년 당시 보수적 장로교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정죄되었다. 종교개혁자 마틴루터를 중세 교황청 교권주의가 파문한 것에 장공을 비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생각해보면, 장공이 파문당하고 보수기독교 교권주의자들에게서 배제 당한 것은 단순히 성서연구방법론 때문은 아니다. 루터가 교황청에 위험인물이었던 것처럼, 장공은 당시 교권주의자들에게 위험인물이었던 것이다.

깊이 생각해보면, 장공의 기독교 이해가 저들과 달랐던 것이다. 복음이해가 달랐고, 예수를 어떻게 믿는 것이 바른 것인가, 교회란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기본입장이 달랐던 것이다. 장공자신은 교권에 의해 나무둥지에서 생가지 찢겨져 나간 듯한 희생자였지만, 스스로 담담하게 하나님의 시대경륜 안에서 열매 맺을 ‘결과지’(結果枝)로서 자신의 사명을 뚜렷이 자각했다. 새 포도주는 어차피 새로운 가죽부대를 필요로 했던 것이다. 한국 장로교의 분파운동으로 매도되는 장공의 고독한 메아리는 교회라는 종교 울타리를 넘어, 지난 1970-80년대 어두웠던 시절에, 종교유무를 떠나 한국사회의 깨어있는 지성인들에게 ‘정신적 어른’으로서 인정되고 존경되었던 것이다.

내년(2017)이면 장공이 소천한지 어느덧 30주년이 된다. 그동안 장공의 삶과 사상을 알아보려는 적지 않은 노력들이 기장교단을 비롯한 후학들에게 의해 추진되어 왔지만, 아직도 그 결실은 미미하다. 장공(長空)이라는 아호는 둘도 없는 믿음의 형제요 신학의 학형이었던 만우(晩雨) 송창근 목사가 지어준 것이라 한다. 아우의 인품됨이 가을하늘 푸른 창공처럼 맑고 넓고, 그의 품은 뜻 지조가 길고 먼 곳까지 응시하기에 지어준 아호라 한다.

장공이라는 그의 아호 때문일까? 장공을 존경하고 우러러보는 기독교장로회 산하 교역자들과 신도들과 신학생들도, 정작 장공신앙의 본질이 무엇인가 되묻는다면 대답이 쉽지 않다. 고작해야 ‘역사참여를 통해 현실을 복음으로 변화 개혁시키려고 하신 분’ 정도이다. 교회개혁자, 현실 참여적 비판적 예언자, 열린 신학 교육자등 구호로서만 알려진 그의 진면목을 좀 더 또렷하게 핵심신앙 내용을 알아보려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카메라 사진촬영으로 말하면 줌(zoom)렌즈로서 피사체를 확대 혹은 축소하듯이, 장공의 기독교 이해 초점을 좀 더 또렷하게 밝혀보자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장공의 삶과 사상에 관한 연구논문은 아니다. 그의 말씀을 직접 주목하면서 되새김함으로서 그동안 장공사상은 그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다소 막연하다고 생각하던 젊은이들과 신도들에게 도움이 되려는 목적을 지닌다. 동시에, 장공신학으로 목회하면 교회부흥은 잘 안된다고 생각하는 터무니없는 일부 목회자들의 기우가 해소되기를 바란다.

장공의 말씀 인용은 『김재준 전집』(총18권, 1992)에서 가려 뽑았고,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2014)과 김희헌이 뽑아 엮은 장공어록문집 『하나님만 믿고 모험하라』(2013)도 참고하였다.

다시 한 번 장공이 남긴 글을 되새김 해보니 진정 장공은 예수를 끔직히 사랑하고 예수만을 생명으로 모시고자 한 신앙인이었고,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비판적 예언자였고, 땅위의 불완전한 교회를 사랑하면서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인 하나님 나라 비젼을 평생 놓지 않고 사셨던 진정한 그리스도인 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2016년 음력 9월 26일
장공 탄생 115주년 기념일에
김경재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8호] 2016년 9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