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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28호] 장공 다시 읽기 - 고독(孤獨)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3 08:43
조회
797

[제28호] 장공 다시 읽기

고독(孤獨)
(1946년 5월, 『새사람』)

“볼지어다. 때가 이를 것이니 곧 지금이라, 너희가 다 흩어져 각각 제곳으로 돌아가고 나를 혼자 두나 내가 혼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실 터이니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한 16:33)

그리스도는 고독하셨다. 시대에 앞서 높은 곳 보는 자는 언제나 고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는 영원히 고독하시리라. 그런 의미에서 크리스챤도 고독하다. 이는 시대에 뒤떨어진 까닭이 아니라 세대에 앞선 까닭이다.

“아버지 밖에는 아들을 아는 이가 없고, 아들과 아들의 소원대로 부른 자 밖에는 아버지를 아는 자 없다.”고 그리스도는 혼자 말하셨다.

날마다 오륙천명이 따라 다녔지만 그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3년을 함께 숙식하였지만 그의 마음 깊이를 살핀 제자는 없었다. 그 중 한 사람은 삼십에 그를 팔았으니 말해 무엇하랴. “너희들도 다 가려느냐?”

끝끝내 그는 단 혼자 능욕과 곤고의 해골언덕 위, 속죄 제단 십자가에 그 몸을 희생으로 드리었다. 단 혼자다. 불타는 입술에는 물 한방을 축여주는 이 없었다. 고독이다!

그러나 그는 아무도 원망하지 않았다. 이 무지한 죄인들을 용서하십사고 빌었다. 그 사랑의 높이와 깊이, 그 은혜의 넓이 대해(大海)랄까, 장공(長空)이랄까. 촌지척심(寸志尺心)의 헤아릴 바 아니다.

그는 고독하였다. 그러나 우리가 찬탄하는 것은 다만 그가 고독하였다는 그것 때문은 아니다, 그는 고독하였다. 그러나 그의 고독은 하나님과 함께하는 고독이었다는 데에 온갖 열쇠가 놓여 있다. 세상에서 온전히 버림받는 순간 고요히 혼자 하나님께 하소연하는 그이 심경에 들어오는 만상(萬相)은 연민의 강보에 싸인 한 철없는 어린 애기였던 것이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 천리적(天理的)인 고독이었다면, 하나님이 함께하는 그리스도의 고독은 하나님의 아들로서의 종교적(宗敎的) 고독이었다. 호산나의 환호, 골고다의 능욕, 무엇이 능히 이 여천독립(與天獨立)의 고독을 흔들리오.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 “안심하라”. <아 축복받은 고독이여!>하고 성 프란체스코는 눈물 흘렸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8호] 2016년 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