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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28호] 장공논문발표 - 장공의 그리스도 이해 / 명승인 목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2 10:04
조회
1057

[제28호] 장공논문발표

장공의 그리스도 이해

명승인 목사
(Th.D / 군산 갈보리교회 담임)


장공의 글들을 대하며 새로운 빛을 보게 되다

오늘의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 속에서 과연 그리스도가 표상(表象)이 되고 있는가?

모든 교회들이 대형화와 거대화를 꿈꾸면서 결국 교회 간의 경쟁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 되었다. 교회가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 복음의 왜곡과 모순으로 제 갈 길을 찾지 못하고 결국에는 그리스도의 가르침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필자는 현장 목회 경험을 통해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시대와 상황 속에서 진정한 그리스도의 모습을 담아내며, 새로운 방향설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고민하던 중 장공 김재준(이하 ‘장공’으로 표기한다.)의 글들을 대하며 새로운 빛을 보게 되었다. 장공의 신학은 한마디로 ‘삶의 신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장공은 신앙생활이 현실의 삶에서 유리되거나 무관심하게 되면 생명력이 없게 된다고 강조하며, 특히 그리스도인들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 동안 장공에 대해서는 한국교회의 진보적 사회참여 신학의 전통을 세운 사회운동가로서 평가되었다.

물론 이것은 사실이지만 온전한 평가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의 보수주의 교계에서 장공을 오해하고 있는 점은 그가 성서의 기적을 불신하고, 성서를 파괴적으로 비평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장공은 문자에 갇혀 성서의 진리를 왜곡하는 태도를 비판한 것이지 복음의 내용을 파괴하거나 헤치지 않았다. 장공은 젊은 시절 성령의 체험을 통해 확실한 하나님 신앙을 가지고 그리스도의 믿음의 핵심인 십자가와 부활 에 대한 신학적 논지를 펼쳤다.

장공은 그리스도를 ‘하나님의 아들’로서 하나님 자신이 육신을 이루어 인간에 오신 분으로, 역사 안에 오신 신인(神人, God-Man)으로 고백한다. 장공의 기독론은 ‘위로부터의 기독론’에 가깝지만 일방적이지 않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나님 아들로서 ‘하나님의 형상’인 ‘참 인간’으로 진리와 정의와 사랑을 가지고 역사 가운데 몸으로 오셨다. 그 결과 인간에게 속한 육신적인 연약함을 지니셨고 온갖 번뇌와 갈등과 시험을 경험하셨다.(히 4:15) 즉 인간의 모든 공통된 속성을 취하셨다. 즉 장공은 실존적으로 인간을 위한 그 의미에 따라 해석되는 ‘아래로부터의 기독론’의 모습도 취하고 있다.

장공은 예수 그리스도를 관념적으로나 신화적으로 보지 않았다. 살아계신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끝마친 분이 아니라, 부활하신 살아계신 그리스도이며 승천하시고 다시 오실 영원부터 영원까지 살아계신 분이다.1) 우리는 살아 계신 그리스도를 통해 풍성한 생명, 영의 자유, 영원히 살아서 일하시는 인간 이 된다.2)

1) 김재준, “산 말씀,” 전집3권, 366. 2) Ibid., 366-367

장공은 예수 그리스도가 구원 역사의 화해자요 중보자가 되심을 강조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화해 사건이 구원의 기본이 된다고 말한다.3)

3) 김재준, “사탄의 실태,” 전집4권, 146

장공은 역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주체이며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어 가기 위해 중보자요 화해자의 삶을 살았음을 피력하고 우리도 그런 삶으로 초청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십자가를 통해 우리에게 있어 창조주 하나님이 만드신 세계를 훼손하고 피조물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모든 분야 - 국제적, 정치적, 인종적, 경제적, 성적, 교육적, 종교적인 -와 불의에 맞서 싸워야 한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이 하나님의 통치를 이루기 위해 화해자의 삶을 살지 못하는 데는 잘못된 믿음의 행태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장공은 “신앙생활”이 아닌 “생활신앙”

오늘날 한국 교회가 여전히 ‘은혜와 믿음’으로만 의인이 된다는 루터의 ‘칭의론’를 강조하며 정의와 윤리의 문제를 도외시하는 왜곡된 칭의론을 부단히 강조하여 그 칭의론의 한계에 봉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칭의론의 한계를 장공의 통전적인 구원관에서 그 희망을 갖게 된다. 장공은 구원의 문제에 있어서 육체적 질병으로부터의 구원, 정신적인 구원, 가정적 이기주의에서의 구원, 편협한 민족주의에서의 구원, 비인간화에서의 구원, 종교적인 학대에서의 구원, 사회 구조악에서의 구원, 영의 질서로 회복함으로서 영혼구원, 생태적 구원을 강조한다. 그것은 전통적인 개인 구원과 사회 구원을 넘어서 생태적 구원까지 포괄하는 “통전적 구원”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교회는 그리스도를 전파할 때도 “통전성”을 담보해야 한다.

장공은 “신앙생활”이 아닌 “생활신앙”이라는 표현으로 신앙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4) 그는 그리스도인들이 생각으로는 무엇이 옳은지 알면서도 생활 속에서 결단할 때는 이중적인 잣대를 가지고 불의와 결탁하는 것을 ‘죽은 믿음’에 비유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생활신앙으로의 개혁을 강조한다. 장공은 이러한 생활신앙이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정신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울이 주장한 “복음의 자유”와 야고보가 말하는 “그리스도로 닮아가는 생활”이다.5)

4) 김재준, “신앙생활에서 생활신앙으로,” 전집9권. 151-152. 5) 김재준, “야화원잡기,” 전집15권. 26

장공은 진정한 기독교 공동체가 이루어지려면 하나님과 개인, 개인과 사회, 사회와 하나님 이 세 주체가 유기체 생명으로 막힘없이 교류할 때 가능하다고 보았다. 그것은 인류가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을 아버지로 하나된 ‘가족 공동체’를 의미한다. 그것은 라가츠의 ‘하나님의 가족공동체(Familia Dei)’와 유사성을 가지 고 있다.

장공의 신학의 결정체인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

한국 교회는 세대주의 종말론의 영향으로 교회를 사회적으로 고립된 종교 단체로 전락시키고 믿음의 본질을 변질시켰다. 장공은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타계적이며, 보수적이고, 개인적이라고 비판한다. 더 이상 신자들이 “믿음으로” 천국행 티켓을 땄으면 된 것이고, 이 땅의 삶은 자신들이 알아서 살거나 국가나 기업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사회적 책임을 미루는 한 통전적인 구원은 불가능하게 된다.

필자는 목회현장을 통해 추락하는 한국 교회의 실상을 절감하면서 이러한 위기상황에 대한 대안으로서, 개인적인 구원과 사회적인 구원을 넘어서서 통전적 구원을 주장한 장공의 신학사상을 살펴보았다. 더 이상 사회와 역사문제에 유리된 선포가 만연한 강단과 그로 인해 현실적 문제에 둔감한 교인들의 모습 때문에 현실과 역사의 문제에 초연해 있는 교회가 아니라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의 교회로 거듭나서 통전적인 구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는 교파주의와 신학주의를 넘어서서 생활신앙을 통해 살아있는 종교가 되어야 한다.6)

6) 김재준, “생활종교를 지향하는 교회의 갱신,” 전집7권, 333-334.

필자의 소고7)는 장공의 예언자적 혜안(慧眼)은 단순히 교회에 비판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통전적 구원을 방해하는 타락한 교회와 비인간화하는 불의한 사회에 새로운 목회적 안내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즉 장공의 신학의 결정체인 ‘범우주적 사랑의 공동체’의 비전을 통해서 하나님의 사랑을 극대화하며,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가 자기 개혁을 통해 실낙원의 세상을 회복시켜 나가게 될 것이다.

7) 명승인, “장공의 그리스도론 연구,” 한신대학교대학원, 2016.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28호] 2016년 9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