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長空 회보

[회보 제17호] 권두언 - “長空 김재준의 삶과 신학” 출판을 기획하며 / 육순종 목사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07 10:06
조회
776

[제17호] 권두언

“長空 김재준의 삶과 신학” 출판을 기획하며

육순종 목사
(성북교회 / 장공기념사업회 편집위원장)

한국교회는 지금 매우 우울한 시기를 지나고 있다. 세상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할 교회가 도리어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며,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다는 아우성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게다가 그동안 역사 속에서 ‘화살촉’의 역할을 자부한 기장교회마저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우리가 걸어온 ‘역사참여의 전통’이나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신학이 개 교회 현장을 왜소화하게 했다는 자조 섞인 평가 속에 신학적 방향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움직임들이 여기저기서 포착된다. 정체성의 위기인 셈이다. 그러나 한국기독교 전반이 그러하듯이 우리 기장교회 역시 지금의 상황에 대한 깊은 성찰이 부족하다. 위기의 본질을 직시하고 있지 못하는 것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지난 5월 “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란 책자를 발간했다. 이 책은 비기독교인(1,000명), 기독교인(1,000명)과 목회자(500명), 크리스천 여론 주도층 20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 한 것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오늘 한국기독교의 현 주소와 실상을 입체적이고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교회를 나가지 않는 기독교인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 첫 번째 이유로 ‘목회자들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를 꼽고 있다. 또한 응답자들은 한국교회의 신뢰회복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첫 번째 문제로 교인과 교회지도자들의 언행의 불일치를 꼽고 있다. 놀라운 것은 목회자들 스스로 ‘자신의 일상생활과 신앙이 어느 정도 일치한다고 평가 하는가’란 질문에 ‘별로 일치하지 않는다’가 82.0%,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가 15.4%로, 도합 97.4%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매우 일치한다’는 응답은 0.0%로 나타났다. 또한 주목할 만한 사실은 한국교회 목회자의 가장 부족한 점을 묻는 물음에 그 첫 번째를 신학적 깊이(38.6%)라고 꼽았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오늘 한국기독교의 문제의 핵심은 지도자의 자질에 있고, 그 자질 부족의 중심에는 ‘삶과 신앙의 불일치’, 그리고 ‘신학적 깊이의 결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신학과 목회의 원형(Archetype)은 누가 뭐라 해도 장공 김재준이다. 장공 김재준은 한국기독교 역사 속에 새로운 지평을 연 지도자일 뿐더러 한국기독교장로회 신학형성의 원형질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위기의 시기, 정체성 혼란의 시기에 다시금 장공 김재준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한국기독교의 위기를 위해서도, 한국기독교장로회의 정체성의 혼란을 위해서도 장공 김재준을 다시금 복기(復棋)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도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장공은 신학자이면서 동시에 교육자였다. 그의 품에서 자란 1세대(강원용, 안병무, 정대위, 김정준, 문익환, 문동환, 서남동, 박형규, 조향록 등)는 가히 별들의 전쟁이라 할 만하다. 그들이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서 가진 영향력은 실로 막중하였다. 그만큼 장공의 품은 크고도 넓었다. 그의 품에서 이렇게 큰 인물이 많이 배출된 데에는 그의 신학과 더불어 그의 진솔한 삶이 자리하고 있다. 한신대학교의 “학문과 경건”이란 화두가 말해주는 것처럼 그는 열린 신학과 경건한 삶을 통해 후학들에게 깊은 영감과 교훈을 남겼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한국기독교의 문제의 본질인 ‘신학의 부재’와 ‘삶이 없는 신앙’을 생각할 때, 다시 장공을 재조명하지 않을 수 없는 시점에 서 있음을 느낀다. 물론 장공의 영향력이 기독교 안에 국한되지 않고 한국사회 전반에 이르고 있지만, 그의 언어가 상당부분 신학적 언어였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교회 울타리 안에서 장공을 재해석하고 조명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다 하겠다.

지금까지 장공에 대한 연구 논문집과 개별 연구논문들은 존재하지만 입체적이고 총체적인 장공의 삶과 그의 신학사상을 담은 단행본은 출판되지 않았다. 그나마 장공기념사업위원회가 편집하여 장공 탄생 100주년 기념으로 출판한 “장공사상 연구논문집”과 2006년에 발간한 “김재준의 신학세계”가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일반 출판사와 계약하여 집필 간행한 ‘평전’이나 ‘단행본’이 있으나 출판사의 기획에 따라 제한된 분량(200쪽 내외)으로 출판되어 있다. 말하자면 장공의 삶과 신학사상을 총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생애와 사상”은 아직 간행되지 않았다고 보아야 옳다. 실제 한국신학계 제1세대들 중, 박형룡과 박윤선은 각각 “죽산 박형룡의 생애와 사상” “박윤선의 생애와 사상”으로 평균 5-600페이지 분량의 단행본이 오래 전에 출판되었다. 하여, 장공기념사업위원회는 출판위원회를 조직하고 장공의 생애와 사상을 총체적으로 담은 “장공 김재준의 삶과 신학(가칭)”을 출간하기로 하였다. 앞서 말한 한국교회의 위기의 본질인 ‘신학의 부재’와 ‘삶이 없는 신앙’의 대안을 장공의 신학과 삶에 찾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장공 김재준의 생애와 사상을 한 권의 책 속에 농밀하게 담아 출간하기로 한 것이다.

책의 중심내용은 크게 3부로 구성할 예정이다. 제1부는 ‘장공 김재준의 삶과 활동’이란 제목으로 장공의 생애에 대한 전기적인 기록으로 채워질 것이다. 한신대학교 교회사 교수인 연규홍 교수가 집필하기로 하였다. 2부는 ‘장공 김재준은 이렇게 말했다’는 제목으로 장공의 사상을 대표할만한 장공 자신의 핵심적인 글을 20-25편을 선정하여 년대별, 주제별로 싣고자 한다. 3부는 ‘장공 김재준의 신학을 말한다’는 제목으로 기존의 장공신학에 대한 연구논문을 각 신학 장르별로 약 25편 정도를 엄선하여 싣고자 한다. 책은 총 750여 페이지를 예상하고 있으며 2015년 1월 장공 추모일에 출간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책의 편집기획위원은 장공 2세대라 할 수 있는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하여 장공으로부터 직접 배우지 않은, 소위 장공 제3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신학자와 목회자(위원장: 육순종, 위원: 류장현, 정미현, 전철, 전광희)로 구성되어 있다.


2013년은 한국에서 WCC 부산 10차 총회가 열린다.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 (God of Life, Lead us to Justice and Peace)란 주제로 열린다. 80년대에 쓴 장공의 휘호, “正義, 平和, 生命”이 오버랩 된다. 세계 에큐메니칼 신학의 "Early adopter"였던 장공의 혜안이 지금 우리 시대에 빛을 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우리 안에서 장공이 잊혀져가고, 읽히지 않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 그래서 우리 스스로를 흔들어 깨우는 심정으로 장공기념사업위원회 출판위원회가 허리춤을 묶고 이 일을 위해 첫 삽을 뜬다. 많은 격려와 기도를 부탁드린다.



[장공기념사업회 회보 제17호] 2013년 10월 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