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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공의 삶

[장공의 삶] 제1부 : 장공(長空)은 이렇게 살았다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8-07-10 15:29
조회
859

제1부 : 장공(長空)은 이렇게 살았다

- 연규홍(한신대학교)

김재준은 자신의 호를 “구만리 하늘을 품는 장공”(長空)이라고 불렀지만 정작 자신의 삶은 보잘것없이 평범한 범용(凡庸)이라 불렀다. 범용기(凡庸記)는 김재준의 자서전이다. 특별한 것은 평범한 것에 있다. 김재준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고 소박하였다. 그의 글도 담백할 뿐이다. 자기 자랑이나 허식이 없다. 수수한 질그릇이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보화인 예수 그리스도를 담은 그릇이다(고후 4:7). 그릇은 크기나 재질로 평가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것으로 평가한다. 김재준은 자신을 범용이란 질그릇으로 보았지만, 역사는 그를 예수 그리스도를 담은 큰 그릇으로 평가한다.

범용기는 김재준의 개인 자서전이면서도 한국 교회사와 격동하는 민족사를 담고 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의 범 우주적 사랑의 공동체를 담고 있다. 짧고 평이한 문장과 글 속에 김재준의 인격과 신앙, 그리고 꿈이 녹아 있다. 그의 글은 살아 있는 글이다. 따뜻한 글이다. 읽는 이의 영혼을 설레게 하는 글이다.

‘제1부 장공(長空)운 이렇게 살았다’는 그의 출생부터 별세까지 연보를 축으로 하여 범용기를 중심으로 정리한 것이다. 그동안 김재준의 생애에 관하여는 많은 책들이 쓰여졌다. 이 책들에 힘입어 범용기를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그의 생애를 폭넓게 해석할 수 있었다. 연구자들에게 깊이 감사를 드린다. 아무리 역사가라고 할지라도 자신보다 훨씬 위대하고 훌륭한 생애를 말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작은 그릇에 큰 그릇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 자신이 나로 하여금 쓸 수 있도록 더 작은 그릇으로 스스로를 내주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김재준이라는 큰 그릇을 지극히 작은 그릇인 내가 어떻게 담아낼지 고뇌와 갈등 속에서 펴낸 이 글의 평가는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바라기는 이 글을 통해 김재준이 가졌던 새 역사의 꿈과 자유혼이 다시 살아나 우리 시대의 한국 교회와 사회를 개혁하는 서 말 가루 속의 누룩(눅 13:21)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