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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강좌 제7회] 논평 / 최성일 교수

목요강좌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4 14:41
조회
1190

[7長空사상연구 목요강좌] 논평
일시 : 2005922() 오후 5-7

논평 : 역사의 사실과 해석의 진실

최성일 박사
(한신대학교 신학과 교수 / 선교학)

“장공 김재준에 대한 친일 논의를 반박”하기 위한 본 연구는 장공을 친일파이며 반민족주의자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비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역사(신학)적인 관점에서 장공을 변호하는 형식을 취했다. 장공에 대한 의도적인 비판과 의식적으로 그를 변호하는 입장은 모두 주관적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더욱 객관적인 역사해석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점을 열거하려고 한다.

(1) 먼저 제목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해석의 진실”이라는 모호한 표현일 것 같다. 역사해석은 사관에 따라 다양할 수밖에 없는데, 해석의 진실이 있을 수 있느냐 하는 질문이 생긴다. “역사의 사실과 그것의 해석”이 더 적절할 수 있겠다. 장공의 신사참배가 역사적 사실이며, 그렇기 때문에 그가 친일파였다는 것은 진실이라는 비판자들의 주장에 대응하기 위한 제목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예수에 대한 해석(복음서와 위경)이 존재하듯, 장공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단, 역사해석에 따른 비판이냐, 아니면 비판을 위한 역사해석이냐 하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겠다.

(2) 장공의 표현으로 장공을 변증하는 방법을 택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가령 “일본의 패망을 위해 기도한다”는 일본인 교수에 대한 장공의 증언은 조선신학교가 단순히 강습소 인가만을 위해 신학적 혹은 신앙적 검증 없이 일본인 교수를 임용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말한다. 가능하다면, 비판의 빌미로 언급되는 무라야마 키요히꼬를 포함한 일본인 교수들에 대한 조사 연구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본 연구는 “신사참배를 우상숭배요, 신사참배하는 것을 배교행위라 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교리적 근본주의의 해석이요 반응이었다”고 전제하고, 신사참배의 기원과 성격상 종교적 차원보다는 정치적 차원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장공의 신사참배를 우상숭배로 볼 수 없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그러나 장공 자신에게도 신사참배는 우상숭배로 비쳐지고 있다(김재준 전집 17권 310쪽)는 문제점이 있다. 1971년까지도 장공은 신사참배에 관하여 “기독교인으로서는 스스로의 오염을 탄식하며 자신을 경멸하지 않을 수 없었다”(김재준 전집 9권 455쪽)고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공 스스로도 신사참배를 우상숭배 행위라고 이해했다면, 왜 그가 신사참배를 할 수밖에 없었는가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되어야 할 것 같다. 가령 신사참배에 순응한 것은 항거를 위한 전술이었다(김재준 전집 17권 257쪽)는 진술에 초점을 맞추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다면 그의 신사참배가 “교회 공동체를 지켜나가기 위한 순응의 노선을 성숙한 차원에서 선택한” 것이라기보다는 전술적인 (기독교적 참여윤리 관점의) 선택이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 김성건의 주장에 의하면, 당시 장로교 신자들이 전반적으로 다른 교파 (감리교나 천주교) 신자들보다 신사참배 강요에 “종교적” 이유로 거부하는 데 앞장섰으며, 해방 후 “출옥성도들”은 특히 진보적인 일본 신학교에서 교육받은 교수들에 의한 신신학(고등성서비평)을 가르치는 조선신학교를 반대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장공의 신사참배는 1935년의 아빙돈단권성경주석 사건으로 불거진 신학적인 논쟁에 좋은 빌미가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경직을 비롯한 예장의 교수와 목회자들의 신사참배는 거론하지 않은 채, 유독 장공의 신사참배가 문제가 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다. 물론 최덕성의 경우 그의 “한국교회와 친일파 전통”이라는 저서에서 주기철 목사의 숭고한 정신을 이어받는다는 고신측의 신앙적인 순수성을 강조하기 위해 장신과 예장의 친일행위를 언급하기는 하지만, 너무나 주관적인 역사해석의 관점은 제쳐놓고라도, 분명히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각주에서라도 이러한 사실이 언급되었으면 좋겠다.

(4) 주기철 목사 등의 순교가 종교적 계율준수라는 장공의 해석을 그들의 순교를 폄하하는 것이며 신사참배 강요에 순응했던 사람의 할 말은 아니라는 김승태의 입장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마치 같은 시대에 살면서 당시 상황을 너무나도 잘 파악하면서 주장하는 듯한 그의 장공 비판은, 해방 후 소위 “출옥성도”들의 주장과 행보를 무시한 채 주관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5) 최덕성, 김승태뿐만 아니라 민경배나 김인수와 같은 교회사가들의 견해가 소개되지 않은 것은 아쉬운 점으로 생각된다. 신사참배라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부정적인 해석을 유독 “조선신학교”에 집중해서 기술하는 그들의 숨은 의도를 밝힐 필요는 없는지 묻고 싶다. 1938년부터 한국교회 전체가 신사참배를 “국가의례”로 규정한 이상, 이것은 한국교회 전체가 규명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6) 마지막으로 본 연구가 김재준에 대한 친일 논의에 반박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지만, 친일 또는 부일 행위의 기준을 단순히 신사참배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 동의하면서, 한국교회의 적극적인 부일협력의 예들을 언급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한다. 부끄러운 역사에 대한 철저한 규명을 통한 한국교회의 갱신을 위해서 말이다. 장공의 표현에 따르면, 신사참배 강요를 총회적인 차원 받아들였던 한국교회는 “제3차 종교개혁을 염원”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여전히 이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