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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좌 및 강연

[목요강좌 제7회] 논평 / 김승태 목사

목요강좌
작성자
장공
작성일
2017-07-14 14:39
조회
1239
[7長空사상연구 목요강좌] 논평
일시 : 2005922() 오후 5-7

연규홍, “역사의 사실과 해석의 진실 - 장공 김재준에 대한 친일 논의를 반박함을 읽고

김승태 박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실장 / 세움교회 목사)

김승태 목사입니다. 오늘 주제도 그렇고, 제가 적절한 논찬자가 아닌 것 같아, 몇 번이나 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광희 목사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논찬을 맡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연규홍 교수님의 발제문을 받아보고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신학을 뒤늦게 공부하여 연 교수님께 배운 적도 있습니다만, 그 전부터 연 교수님을 알고 지냈기 때문에 학문적 동지로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가 하는 논찬에 오해가 없으시기 바랍니다.

우선 연 교수님은 저와 최덕성 교수를 같은 선상에 두고 모두가 장공 김재준 선생님을 친일파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최덕성 교수는 어떤지 모르지만, 저는 장공 김재준 선생님을 한 번도 친일파로 보거나 그렇게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인터넷신문 [뉴스앤조이]의 기사도 제가 향린교회에서 한 강연의 질의에 응답한 것을 듣고 기자가 제가 답변한 대로 쓰지 않고 자의적으로 잘못 쓴 왜곡된 기사입니다. 우선 그 일의 해명부터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강연은 2005년 6월 21일 “정의 평화 기독교인 연대”의 평신도 아카데미에서 한 “친일 친미, 기독교의 죄책 고백은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강연이었습니다. 자료집도 있고 들으신 분도 계시겠습니다만, 저는 그 강연에서 장공이나 조선신학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강연이 끝나고 질문시간에 어떤 분이 [신학사상] 최근호에 김재준 목사의 신사참배를 옹호하는 글이 실렸는데 보았느냐. 그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그 글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없지만, 김재준 목사님이 형식적이기는 하지만 신사참배를 했으며, 신사참배가 성서적으로나 신앙적으로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은 그것을 한 사람들도 알고 있었고,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것이므로, 그 행위 자체를 옹호하는 것은 나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 것을 기자가 전후 상황을 생략하고 왜곡해서 기사화한 것입니다.

따라서 연 교수님의 발제문 1쪽 주 1번이 있는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의 김승태 목사는 김재준 목사가 신사참배를 하였기에 ‘친일행적이 뚜렷하다’고 지적하고 ‘어떠한 변명으로도 이것은 용납되지 않는다’고 말하였다”고 한 문장은 잘못된 것이고 사실이 아닙니다. 저는 제가 아는 한 그리고 제가 가진 학자적 양심으로 장공 선생님은 친일파나 부일협력자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저는 친일파나 부일협력자를 가리는 기준으로 “창씨개명”이나 “개인적인 신사참배”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것은 일제의 강제성이 극단적으로 개입된 것으로 “창씨개명”의 경우 창씨를 거부하고 창씨를 하지 않더라도 자동적으로 행정적, 법률적으로는 그 이름 자체를 일본식으로 읽어 창씨한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신사참배 문제도 바람직하기야 “개인적인 신사참배”라도 끝까지 거부하는 것이 옳았겠지만, 일제의 강압 때문에 억지로 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사람마다 그러한 강요에 대응하는 정도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저는 친일파보다는 부일협력자라는 말을 더 선호합니다만, 적어도 부일협력자라고 하면, 일제의 시책에 협력하여 교회나 다른 사람에게 정신적, 신체적, 물질적 피해를 준 행위를 했거나, 그런 것을 수행하는 단체나 조직, 기관의 주요한 직위에 있어서 그런 일을 지시했던 사람들을 지칭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장공 선생님이 조선신학원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 개인적으로 신사참배를 했다고 하더라도 부일협력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자료가 나오지 않는 한 이러한 제 생각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다만, 신사참배 그 자체에 대해서는 연규홍 교수님과 약간 견해를 달리합니다. 저는 김재준 목사님의 신사참배를 ‘면종복배형’으로 보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순응한 척하면서도 속으로는 거부했던 것입니다. 이것을 다시 말하면 신사참배를 하면서도 그것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 일제는 메이지유신 초기부터 신사의 제사와 신사참배는 국민의례요 종교적인 의미는 없다고 누차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기만적인 거짓 논리라는 것은 그들 자신들도 인정하고 있었고, 일본인 종교학자들도 인정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천황제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여러 가지 문제가 중첩되어 있는 복합적인 것이라고 보고 이렇게 정리한 적이 있습니다.

“신사참배 문제는 세속권력을 절대화하고 인간을 신격화하는 일제의 천황제 이데올로기와 관련된 것으로서 정치(민족), 종교, 교육, 문화 등 여러 부분에 걸친 복합적인 문제이다. 그러나 이를 극히 단순화시켜 본다면 교회와 불의한 세속권력과의 갈등 문제로 집약시켜 이해할 수 있다. 즉 교회가 세속권력의 불의한 강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 다시 말하면 타협 순응하여 신앙의 본질을 왜곡시키면서까지 존립을 추구하느냐, 아니면 탄압과 순교를 각오하고라도 이에 대항하여 신앙의 본질을 지켜 가느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이 문제의 핵심적인 내용은 정도와 상황의 차이는 있겠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종교계와 세속권력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갈등 문제라고 보아도 무리가 아니다.”1)

1) 김승태 편저,『한국기독교와 신사참배 문제』,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1991, pp.5-6.

따라서 발제문 4쪽 (3)에서 이 문제를 정치적 사안만으로 보고, 더욱이 정치의 영역이 교회의 영역보다 넓다고 보는 연 교수님의 견해에는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견해는 주 9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종교를 개인적 영역, 정치를 공공의 영역으로 구분하는 견해에 기초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종교의 영역은 개인적 영역만이 아니라 정치의 공공의 영역까지도 중첩하거나 포괄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인이 하나님과 역사 앞에서 책임 있는 결단과 행동을 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 견해는 신사참배 행위는 경우에 따라서는 반민족적 친일행위가 아니라 하더라도, 성서적으로, 신앙적으로, 정치적으로, 도덕적으로, 윤리적으로, 양심적으로 옳은 행위라고는 변호할 수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김재준 목사님도 그렇게 생각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김재준 목사님의 신사참배 거부항쟁자들에 대한 평가 문제는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신학적 보수주의자들로부터 받은 상처에 대한 기억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이것에 대해서 변호하려 한다면 또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조선신학원의 설립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서 저는 다른 교파라고 해서 전체적으로 매도하고 싸잡아 비판하는 최덕성 교수의 견해에도 동의하지 않지만, 무조건 옹호하고자 하는 연규홍 교수님의 견해에도 찬동하기 어렵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2002년 6월 3일에 이 자리에서 개최된 “교회개혁을 위한 기장인 모임”에서 발표한 “돌아보는 기장 50년”에서 상세히 논하였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그때가 조선신학원 설립의 하나님의 때였을까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연 교수님의 변호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연 교수님도 교회일치운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만, 한국교회의 교회일치운동은 장로교에서 먼저 일어나야 하며, 장로교의 교회일치운동은 신학교와 교회사가들로부터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역사에 대한 공감대 형성에서 비롯된다고 봅니다. 따라서 자신이 소속된 교파나 신학교의 전통을 논할 때 자신의 교파에 얽매이지 말고 한국교회 전체의 입장에서 공감이 가도록 논리를 구성해야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신학교에 대해서도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솔직히 인정하고 반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별 내용도 없는 논찬이 좀 길어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