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용기

[범용기] (5) 몇 가지 토막 이야기 - 力士(역사)이야기

작성자
changgong
작성일
2017-06-27 17:46
조회
383

몇 가지 토막 이야기 - 力士(역사)이야기


아버님 소년 시절에 친히 뵙고 따르시던 분이라니까 아마 조부님 시절에 사신 분이었을 것이다. ‘김선달’로 불리우는 힘센 분이 우리 집안에 계셨다고 한다. 가히 ‘역발산’(力拔山)이랄 수 있는 분이었다고 아버님은 말씀하신다.


그는 아무 것도 무서워하지 않았다. 그 무렵에는 호랑이가 득실거렸는데 그는 호랑이 목덜미를 잡아 거꾸로 물항아리에 박아 죽이기도 했다고 한다. 그는 몹시 가난했다. 그런데 동네에 소위 ‘흉가’라고 딱지 부은 큰 기와집이 헐값에 팔린다는 소문이 퍼졌다. 그는 당장 샀다. 왜 ‘흉가’였나 하였더니 부뚜막 안에 뱀 굴이 있어서 그랬다는 것이었다. 그는 뱀 구멍 가에 뱀 먹이를 소담지게 차려놓고 뱀 나오기를 기다렸다. 아닌게 아니라 꼬마 뱀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두들겨 잡았다. 차츰 큰 놈들이 나온다. 그 놈들도 도끼로 대가리를 까면 죽는다. 왕초가 나온다. 어미뱀인 모양인데 길이가 두 발이나 되고 둘레가 서까래만한 놈이다. 그는 도끼로 머리를 때리고 밧줄로 올가미질해서 잡아 당겼지만 몹시 힘들여서야 뺐다. 맨 나중에는 아비뱀이 머리를 내민다. 대가리에 소고삐 올가미를 걸어 당겼지만 움직도 않는다. 올가미 밧줄을 우차에 비끌어 매고 소를 메워 끌었다. 빠져나온 놈을 두들겨 잡았다. 큰뱀, 작은뱀, 한짐 가득 우차에 실어 키들이 웅덩이에 묻고 ‘뱀무덤’이란 비석을 세워 주었다. 그래서 그집 뱀이 소탕되고 살기 좋은 열간 기와집이 헐값에 생겼다는 것이다. 그는 새벽같이 김매러 간다. 부인이 아침 점심을 날라다 드린다. 보통 식기 두곱쯤 되는 분량을 단번에 훌떡 삼켜버린다. 하루는 부인이 한 말 밥을 나무 함박에 담아다 드렸다. 앉은 자리에서 다 자시고 한잠 낮잠 자다 일어났다. “난생 처음 배불리 먹었소”하며 부인에게 치사했다. “그 전에 것은 십분지 일도 못 되는 분량이었는데 얼마나 시장하셨을까”하고 부인이 눈물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 아이 때에도 우리 집안에 ‘무갑’이라는 이름의 ‘力士’가 있었는데 ‘단오’철이면 강가 여섯 고을 씨름판을 찾아다니며 간데마다 소를 타다가 한 밑천 번다는 것이었다. 우리 집에도 자주 들리곤 했는데 몸이 장대하고 어깨가 짝 벌어지고 허리는 가늘고 엉덩이는 떡판 같이 크고 두 다리는 기둥처럼 굵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김선달’은 ‘무갑’ 따위가 아니었다고 아버님은 말씀하셨다.